고교 때 사교육 습관, 대학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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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문대 출신 A(28)씨는 중2 때 엄마 손에 끌려 학원에 첫발을 들인 뒤 고3 졸업 때까지 국·영·수 학원을 꾸준히 다녔다. 방과 후 곧장 학원에 가서 짜인 계획대로 선행 학습을 하고 문제를 풀었다. '학원에 안 다녔으면 명문대에 못 갔을 것'이라고 굳게 믿은 A씨의 사교육은 대학에서도 계속됐다.

예컨대 '토익 시험을 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곧장 토익 학원으로 향하는 식이다. 올해 졸업하기까지 사실상 10년 넘게 습관처럼 사교육을 받은 A씨의 지인은 "어릴 때 받은 사교육 효과를 믿어서인지 A가 스스로 공부하기보다 사교육이나 각종 컨설팅에 의존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사교육을 받으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잃어버려 대학생이 돼서도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이른바 '사교육 습관설' '사교육 중독설'은 실제 연구로도 속속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길혜지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이 4년제 대학 3학년생 570명의 영어 사교육 경험을 조사했더니, 대학 때 사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437명(76.7%) 가운데 381명(66.8%)이 고등학생 때도 영어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반면, 영어 사교육을 받지 않은 대학생 133명 가운데 고교 시절 영어 사교육을 받은 경우는 19.3%에 그쳤다. 또, 고교 때 영어 사교육을 받은 대학생은 고교 때 사교육을 안 받은 학생들보다 대학교 고(高)학년이 될 때까지 꾸준히 영어 사교육을 받고, 사교육비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의 2011년 연구에서도 고교 시절 사교육 경험이 있는 대학생이 그렇지 않은 대학생에 비해 대학에서 사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시절 사교육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은 경험 없는 대학생들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25.7% 많았다.

김동일 교수는 "초·중·고 때 사교육을 받으면 대학생이 돼서도 취업이나 자격증 등 이뤄야 할 것이 있을 때 학원 다니고 개인 컨설팅 받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다"면서 "사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이 하고 싶어지는 '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 졸업 후에 스스로 도전해 넘어야 할 산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습관성·중독성 사교육은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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