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오래된 미래’ 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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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기출 문제가 중요할까?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중에는 한 번 일어났던 일이 마치 계절이 되풀이되듯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입장, 즉 ‘순환 사관(史觀)’이란 것이 있다.
역사학에서야 순환 사관의 타당성이 논쟁거리가 되겠지만, 수능 국어의 역사라는 것을 상정해 본다면 거기에선 순환 사관이 옳을 수밖에 없다.

수능 국어는 그 제재가 되는 글의 목록과 성격, 분야별 주요 출제 요소, 문두와 선지의 진술 형식 등등 모든 면에 있어서 소소한 변화의 밑바탕을 이루는 반복적 패턴이 뚜렷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기출은 진리라느니 기출만 무한 반복하면 성적은 오르게 돼 있다느니 하는 조언을 쉽게 접하게 된다.
기출 문제 안에 늘 반복되는 본질적 패턴이 담겨 있으니, 이런 조언들도 당연히 나름의 일리는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조언은 자칫 수험생들에게 독약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기출 문제가 ‘진리’라고 할지라도 무턱대고 그것을 제한 시간 맞춰 놓고 풀어 보는 방식의 공부만으로는 그 ‘진리’의 끝자락이라도 발견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효과적으로 실력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2. ‘어떻게’ 기출 문제를 공부해야 할까?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기출 문제를 공부해야 하는 걸까?
기출 문제의 효과적인 학습에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철칙이 있다.

그 첫째는 개념에 대한 학습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개념 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이를테면
문법에서 주요 용어들의 의미,
문학에서 장르의 규범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 감상 요령,
독서에서 지문의 영역별 특성이나 주요 논지 전개 방식 등에 관해 명확히 이해해 두는 공부를 말한다.

이 단계가 기출 문제 풀이에 선행되거나 혹은 적어도 병행되지 않으면 실력 향상이 더딜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기출 문제를 많이 풀어도 그 공부는 그저 ‘읽을 줄 모르는 글’에 관해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말’로 진술해 놓은 선지들의 적절성 여부를 ‘막연하게 짐작하는 연습’의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막연한 짐작’이 어쩌다가 좀 잘 되는 날이 오면 ‘기출을 많~이 풀었더니 나에게도 감이란 게 생겼구나.’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때 갖게 되는 자만심은 자기 자신을 시험 난이도의 소폭 변화에도 울고 웃는 허약한 수험생이 되게 만드는 독이다.

두 번째 철칙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적으로 훌륭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과연 어떤 게 기출 문제에 관한 질 높은 공부냐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
한두 해 전에, 학생들에게 기출 문제 공부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간단한 자료 하나를 만들었다.



[2011학년도 수능 9월 모의 평가]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장면의 빈번한 전환으로 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013학년도 수능]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⑤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2015학년도 수능 9월 모의 평가]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장면의 빈번한 전환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소설 세트의 첫 번째 문제로 자주 출제되는 유형인, 서술상 특징을 묻는 문제를 대충 몇 개 골라 본 것이다.
이를 매개로 삼아, 자신의 기출 공부가 어느 정도의 깊이를 지녔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런 반복적 패턴에 대해서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문제만 풀어대기 바쁜 학생은 기출 문제 학습의 가장 하급 수준이고,
‘풀다 보니 소설 세트에서 서술상 특징을 묻는 문제를 자주 만나게 되네.’ 하는 생각을 한 학생은 전략적 학습의 초급 수준쯤 된다고 하겠다.
그보다 조금 더 깊은 공부를 할 줄 아는 학생은 저 위의 자료에서 보듯이 ‘소설의 서술상 특징을 묻는 문제에서는 장면 전환을 빈번하게 해서 긴박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내용의 선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구나.’ 하는 발견을 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꽤 훌륭하다.

그런데 훨씬 더 골똘히 생각에 잠겨 보는 학생이라면 저와 같은 선지는 적절한 진술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까지 알아채게 될 것이다.
수능 시험지에 인쇄된 소설 지문 정도의 길이 안에서 ‘장면의 빈번한 전환’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소설 지문을 두고, 이의 제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적절한’ 서술상 특징 선지를 네 개나 만든다는 게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렵기 때문에 이 유형의 문제는 ‘~ 적절하지 않은 것은?’과 같은 부정형 문두로 출제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과적으로 저 선지는 정답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만큼의 깊이까지 캐 들어가는 공부를 한 학생에게 저 문제는 5지 선다형이 아니라 이미 4지 선다형인 셈이다.
어떤가, 동일한 기출 문제를 두고도 공부에 다양한 깊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가? 그래서 ‘양보다 질’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 것이다.

3. ‘언제’의 기출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기출 문제 분석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본격적인 공부에 돌입하려 할 때, 학생들은 ‘도대체 기출은 몇 년 치를 풀어야 충분한 거야?’라는 의문에 부딪히곤 한다.
그런 물음에는 원래 정답이란 게 없는 법이지만, 적어도 정답이 ‘다다익선’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 설명했듯 ‘하나를 보더라도 제대로’ 보는 게 정말 중요하고, ‘제대로’ 본다고 가정한다면 대체로 최근 3~4년 정도의 것만으로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 정도만 해도 수능과 모평에다 3학년 학평 문제들까지 합치면 분량이 꽤 된다.
게다가 2015년까지 몇 년간은 A, B형이 따로 존재했으니, 최근 출제 경향에 맞는 공부를 하는 데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1992년에 [오래된 미래]를 출간하여 전 세계적인 반향을 얻었다.
‘착한 악당’이나 ‘미운 사랑’처럼 모순 형용에 해당하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은, 라다크 지방 사람들이 지켜오고 있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 속에, 현대의 생태 위기를 넘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주제 의식을 역설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지금 여러분 손에 들린 기출 문제집은 이미 치러진 시험의 문제들, 그래서 다시는 똑같이 출제되지 않을 문제들을 가득 담고 있지만, 어쩌면 앞으로 치르게 될 수능 국어 시험지의 구체적인 면면을 미리 보여 주는 한 권의 ‘오래된 미래’일 수 있다.

지금 여러분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 ‘오래된 미래’를 어떤 관점에서 어느 정도 깊이로 공부할 것인지 최대한 빨리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깊고 정확한 기출 문제 공부의 경지로 안내하는 길잡이는 역시 EBS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EBS 추천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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