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수시를 말하다] “수시 VS 정시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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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부쩍 어려워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로 인해 수능은 고려하지 않고 수시로 대학에 가겠다고 마음먹는 수험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대입 수시 모집 비중이 73.7%로 지난해보다 약 4%가량 확대됐다는 사실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그러나 김병진<사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와 정시를 분리된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입시라는 큰 틀에서 유리한 방향을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을 가늠해서 수시 전략을 짜야지 단순히 정시까지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수시에 올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입시를 공부하라.

이전에 최상위권 입시학원에서 진학정보실장을 역임했던 그는 재직시절 입시를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는 학생을 종종 만났다. 그중에는 바뀐 입시 정책조차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서울 상위권 A·B·C 의대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시 시즌에 원서 접수를 앞두고 상담을 했는데, 6장의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크게 고민하지 않더라고요. 일단 상향지원해보고 수능에서 점수가 안나오면 그때 가서 한 단계 낮은 의대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말한 A·B·C 의대는 모두 정시 나군에 몰려 있어서, 결과적으로 정시에서 그 중 한군데 밖에 못 쓰는 데도 말이죠. 이를 미리 고려해서 수시에 지원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작년부터 단일 모집단위에 대한 분할모집이 전면 금지됐는데, 그런 변화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김 소장은 3월 학평이 끝난 지금이 수시에 대해서 고민할 ‘최적기’라고 말한다. 그는 “대부분 수험생이 수시 지원 전략을 짜는 시기를 1학기 중간고사,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마친 다음으로 미뤄두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막상 6월이 되면 마음이 조급해져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수시 전략을 짤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해야 할 자료가 1ㆍ2학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와 모의고사 성적인데, 지금은 둘 다 살펴볼 수 있는 시기라는 얘기다. 그는 “3월 학평 성적을 기준으로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을 가늠하고 수시 지원의 밑그림을 그려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 전략을 짤 때 올해 수시 선발 인원이 증가했다는 사실에 크게 동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확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일부 대학이 올해 수시에서 학종 비율을 60%까지 높이고, 2018학년도 전체 모집인원의 23.6%를 학종으로 뽑는다는 소식에 부화뇌동하는 수험생이 많다”며 “학종은 1ㆍ2학년 때부터 준비한 학생을 위한 전형이기 때문에 모든 수험생이 이에 반응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마치 마트에서 물건을 담은 카트를 끌고 가장 빨리 계산할 수 있는 계산대를 찾는 과정과 비슷해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곳에 줄을 섰음에도 주변의 줄을 계속 의식해, 이쪽저쪽 옮기다 보면 결과적으로는 가장 늦게 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다른 친구들이 지원하려는 수시 전형이나 대학을 의식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내게 유리한 전형 요소 2가지를 골라라.

김 소장은 입시 전략을 짤 때, 전형 요소를 기준으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대입 전형 간소화 방안’에 따라 각 대학이 수시 모집 시 사용할 수 있는 전형의 가짓수가 4개로 제한됐기 때문에 유리한 전형 요소를 잘 판단하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전형 요소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실기 대신 수능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제가 말하는 전형 요소는 크게 4가지입니다. 교과, 비교과, 논술 그리고 수능이지요. 자신이 내신 관리를 평소 잘했다면 학생부교과전형,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꾸준히 했다면 학생부종합전형, 독해력 및 지문해석력이 뛰어나다면 논술전형, 모의고사 성적에 경쟁력이 있다면 수능을 택하는 식이지요. “

이때 중요한 것은 가장 자신 있는 전형 요소 2가지를 꼽는 점이다. 예컨대, ‘논술’과 ‘수능’, ‘교과’와 ‘수능’ 식이다. 그런 다음 냉정하게 판단해서 가장 자신 있는 전형에 7, 그 다음에 3 정도의 비중으로 수시 6장의 지원 카드를 사용하고 남은 기간 입시 준비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예를 들어 ‘논술’ 그 다음 ‘수능’에 강점이 있다면, 논술전형을 목표로 지금부터 평소 모의고사 공부를 하면서 수능을 준비하고 1주일에 4시간을 넘지 않을 정도로 논술 공부를 하는 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네 가지 전형 요소를 모두 고려해서 수시 전략을 짜면 단순히 수능을 보기 싫어서 하향지원하는 일도, 수능을 잘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상향지원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형 요소를 결정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생기부를 샅샅이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표를 만들어 생기부의 내용을 일일이 복기하면서 정리하는 것도 좋다. 예컨대, 진로와 관련된 활동, 교과활동…식이다. 그는 “스스로 정리하다보면 자신이 학생부종합전형에 경쟁력이 있는 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추후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김 소장이 강조한 것은 ‘스스로를 잘 아는 것’,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무시한 채 거창하게 목표를 세우는 학생이 많은 데, 목표치가 너무 크고 막연하면 중간에 실패할 위험이 있다”며 “장기 계획에만 연연하기 보다는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단기 계획을 촘촘히 세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ed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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