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학습 경험 나열 "금물"… 결과·변화는 구체적으로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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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관 눈에 드는 자기소개서 작성법


2017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82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월 12일부터 대학별로 원서 접수가 진행된다. 수시에 지원할 고 3 수험생은 7월 초·중순경 기말고사가 끝나는 대로 자기소개서 작성에 들어가야 한다. 교사·입학사정관 등 입시 관계자들은 “원서 접수가 코앞에 닥쳤을 때 쓰려고 하면 늦다”고 충고한다. 자기소개서는 초고를 쓰기가 쉽지 않은 데다 교사 등의 피드백을 거쳐 여러 차례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들어봤다.

◇쓰기 전 ‘학생부’ 탐색부터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서 자기소개서의 각 문항에 어울리는 항목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석록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자기소개서는 가능하면 해석의 근거가 있도록 학생부와 연계해서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자기소개서 1번 항목은 ‘고교 재학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한 질문이다.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감은 “1번 항목에서 ‘경험’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보통 학생들은 이 항목에서 ‘학교 야간 자율학습에 열심히 참여했다’ ‘오답노트를 썼다’는 식으로 자신의 공부법을 나열하기 바쁘다. 임 교감은 “자신이 어떻게 공부해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써라. 성공한 경험이든 실패한 경험이든 관계없다. 단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함께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동학습, 스터디그룹 등 친구나 선후배와 협력하고 (상대에게) 자극받은 경험을 쓰면 더욱 좋다. 입시전문가인 김두산 강사(‘기적의 대입 자소서’ 저자)는 “자기소개서는 자화자찬하는 서류가 아니다. 설령 자신이 전교 1등을 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노력한 점, 혹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은 점 등을 함께 기술하라”고 조언했다.

2번 문항은 ‘고교 재학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에 대한 내용이다. 이 실장은 “2번 문항의 경우 학생부에 동아리 지도교사가 기록한 내용을 단어만 바꿔 그대로 쓰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2번 항목에서는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는지, 활동 중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활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답하세요. 누구나 할 법한 사소한 경험이라도 이런 내용을 담으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한국외대 등 서울 6개大, 자율문항 통일

3번 문항은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에 대한 것이다. 이 항목에는 많은 학생이 봉사활동 내용을 기술하는데, 마찬가지로 봉사활동 기록을 나열하기만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이 실장은 “예컨대 의대 지망생들은 보통 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는데, 봉사 내용을 들어보면 대부분 ‘청소’다. 의료봉사라는 의미가 없다. (청소를 했더라도)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들을 보면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혹은 어떤 문제의식을 갖게 됐는지 등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협력·갈등관리 사례를 쓰는 것도 좋다. 그는 “(학생부에 기록돼 있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고 화해한 과정을 담아도 된다”며 “단 ‘싸움’ 자체보다 친구와 화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병욱 교감은 자기소개서에서 본 인상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한 학생이 어머니와의 갈등에 대해 쓴 적이 있어요. 10년 가까이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강남 학원가에서 사교육을 받았는데, 그게 너무 싫어서 어머니와 자주 다퉜다고 해요. 그러다가 ‘혼자 힘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어머니를 설득해, 방학에 어떤 절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갖게 됐다는 내용이었죠. 이는 학업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면서, ‘갈등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되는 셈이에요.”

한 가지 학생들이 알아둬야 할 점은 교사추천서에 학생의 인성을 교사가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임 교감은 “교사가 추천서에서 리더십을 ‘보통’으로 평가했는데,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가 ‘뛰어난 리더십’에 대해 기술하면, 입학사정관은 자기소개서를 신뢰하기 어렵다. 물론 학생은 교사추천서 내용을 볼 수 없지만, 최소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추천서를 쓰는 교사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번은 대학 자율문항이다. 4번 문항을 아예 두지 않거나 서울대(독서활동)처럼 특색있는 문항을 내는 대학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원 동기나 진학 후 학업·진로계획을 묻는다. 최근 ‘학생부종합전형 운영공통기준과 용어표준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건국대·경희대·서울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 등 6개 대학은 자기소개서 자율문항(4번)을 통일하기도 했다(단 서울여대는 자율문항 없이 1~3번만 운영). 이들 대학이 정한 문항은 ‘모집단위 지원 동기와 이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 지원자의 교육환경(가정·지역 등)이 성장에 미친 영향’을 묻는 내용이다. 이 실장은 “교육환경의 경우 자신의 학업발전성 측면에서 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혹은 인성을 가꾸는 데 자라온 환경이 어떤 영향을 줬는가 등을 기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 교감은 “이 항목에서 가정환경에 대해 쓸 때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평가자 입장에서 생각하며 써야

그렇다면 수험생이 피해야 할 ‘나쁜’ 자기소개서는 무엇일까? 첫째로 꼽히는 것은 활동만 나열하고 자기 소감(배우거나 느낀 점, 자신의 변화 등)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자기소개서다. 김 강사는 “자기소개서에는 활동 가운데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활동을 골라 서술해야 한다. 어떤 활동을 했으며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또는 나쁜 점이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써라”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후에는 학생부와 비교하며 어긋난 내용이 없는지도 살핀다.



이 실장은 “자기소개서는 평가자(입학사정관) 입장에서 ‘나에 대해 무엇이 궁금할까’를 생각하며 써야 한다. 지원자는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 사례’라고 썼지만, 입학사정관의 눈에는 ‘독선적 리더십’으로 보이는 등 서로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자기소개서를 교사·부모 등 주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수정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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